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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엑셀 스트레스, 브이룩업(VLOOKUP)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데이터의 늪

연구하는 미미 2025. 12. 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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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함수는 잘 알지만 막상 실무 데이터 통계를 낼 때마다 숫자가 안 맞아 고생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공감 에세이. 함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엑셀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데이터 관리 노하우와 직장인의 엑셀 생존 전략을 경험담과 함께 나눕니다.

 

 

입사 초년생 시절, 제 이력서 특기란에는 당당하게 'MS Office 활용 능력 상(上)'이 적혀 있었습니다.

컴활 자격증도 있었고, 함수 몇 개쯤은 눈 감고도 칠 수 있었으니까요.

"김 대리, 엑셀 잘하지? 이 데이터 좀 정리해줘."라는 팀장님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실무라는 전쟁터에 던져진 후, 저는 처참하게 깨달았습니다.

자격증 시험에 나오는 깔끔한 예제 파일과 회사의 '날것(Raw Data)'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요.

 

오늘은 엑셀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우리 직장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함수를 넘어서는 '통계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함수는 도구일 뿐, 문제는 '데이터' 그 자체다

회사에서 엑셀을 하다 보면 가장 머리 아픈 순간은 '함수를 모를 때'가 아닙니다.

요즘은 검색 한 번이면 1초 만에 수식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분명 수식은 맞는데, 결과값이 이상할 때" 찾아옵니다.

 

  • X 보이지 않는 공백의 공포: 똑같은 "삼성전자"인데 뒤에 스페이스바 공백이 하나 들어가서 다른 값으로 인식될 때.
  • X 날짜인 척하는 텍스트: '2025.12.24'라고 적혀있지만 엑셀은 그걸 숫자가 아닌 문자로 인식해서 계산이 안 될 때.
  • X 사람마다 다른 입력 방식: 누구는 '1,000원', 누구는 '1000', 누구는 '천원'이라고 입력한 데이터를 합쳐야 할 때.

 

이런 '더러운 데이터(Dirty Data)'를 정리하다 보면,

내가 기획을 하는 건지 데이터 청소부가 된 건지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엑셀을 잘한다는 건, 화려한 함수를 쓰는 게 아니라

이 엉망인 데이터를 통일된 기준으로 정리하는 '전처리' 능력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2. "그래서, 작년 대비 성장률이 왜 마이너스야?" (통계의 함정)

엑셀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두 번째 단계는 바로 '통계의 해석'입니다.

피벗 테이블을 돌리고 멋진 차트를 뽑아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묻습니다.


"이 수치, 왜 이렇게 튀어? 지난달이랑 기준이 다른 거 아니야?"

 

여기서부터 식은땀이 흐릅니다.

엑셀은 죄가 없습니다. 시키는 대로 계산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통계의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정 부서의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전체 평균이 왜곡되는데(평균의 함정),

이걸 그대로 보고했다가 "현장을 모르는 통계"라고 혼나기 일쑤입니다.

또 '매출'을 잡는 기준이 세금 포함인지 제외인지 같은 사소한 기준 하나가 전체 통계를 뒤흔들기도 하죠.

 

결국 엑셀을 잘한다는 것은 수식을 짜는 능력이 아니라,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력이었습니다.

 

 

 

3. 엑셀 지옥에서 살아남는 나만의 3가지 원칙

수많은 시행착오와 야근 끝에, 저는 저만의 '엑셀 생존 원칙'을 세웠습니다.

혹시 지금 엑셀 창을 띄워놓고 한숨 쉬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원본(Raw Data)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가공하다가 실수로 지워버리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원본 시트는 무조건 따로 복사해두고,

'작업용 시트'에서만 수정을 가합니다.

이건 저에게 생명보험과도 같습니다.

 

둘째, '손 계산'으로 교차 검증(Cross Check)을 한다.


저는 엑셀을 100% 믿지 않습니다.

필터를 걸어서 눈에 보이는 10개 정도의 샘플을 직접 계산기로 두드려 봅니다.

이 아날로그적인 확인 절차가 수만 행의 데이터 오류를 잡아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셋째, 복잡한 수식보다 '보조열'을 사랑한다.

한 셀에 IFVLOOKUP을 겹겹이 쌓아 멋지게 만들면 뿌듯하죠.

하지만 나중에 오류가 나면 어디가 틀렸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옆 열에 하나씩 계산 단계를 나누어(Step-by-step) 작업합니다.

엑셀 파일이 좀 무거워지더라도, 내 퇴근 시간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4. 엑셀은 나의 상전이 아니라 '비서'다

아직도 월말 보고 시즌이 되면 바탕화면의 초록색 아이콘을 누르기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엑셀은 나를 괴롭히는 상전이 아니라, 내 업무를 도와주는 '비서'라는 사실을요.

숫자가 안 맞는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그건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래 세상의 데이터가 불친절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셀(Cell) 속에서 고군분투한 전국의 모든 김 대리,

이 과장님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저장(Ctrl+S)은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