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주 한라산 등반 에세이] 2025년의 끝자락, 구름 위를 걸으며 마주한 위대한 '자연의 힘'

연구하는 미미 2025. 12. 4. 03:17
반응형



2025년 마무리를 위해 떠난 제주 여행, 그리고 한라산 등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지대에서 구름을 발아래 두고 마주한 압도적인 자연의 풍경.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힘을 얻고 온 한라산 등반 에세이를 기록합니다.


한라산 고지대 구름 위 풍경과 현무암 지대


1. 2025년의 끝에서, 길을 나서다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이 펄럭이는 12월입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5년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충동적이면서도 필연적으로 제주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나 맛집 투어가 아닌,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 한라산으로 향하는 여정이었습니다.


한라산 고지대 구름 위 풍경과 현무암 지대, 먼저온 첫눈

2.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 그리고 인내

한라산 등반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새벽 어스름을 뚫고 시작된 산행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거친 호흡을 요구했습니다. 발밑에 채이는 현무암 조각들,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고지대의 나무들, 그리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수없이 되뇌었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 때쯤, 허벅지는 터질 듯 아파왔고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등산은 우리네 인생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한 번 더 참고, 무거워진 다리를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그 단순하고도 고통스러운 반복만이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제가 겪었던 수많은 난관들도 아마 이런 과정이었겠지요.



한라산 고지대 구름 위 풍경과 현무암 지대


3. 구름 위를 걷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


해발 1,700m를 넘어서자, 거짓말처럼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풍경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방금 전까지 내 머리 위를 덮고 있던 두꺼운 구름들이 이제는 내 발아래 거대한 바다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검은 현무암 지대와 대비되는 새하얀 운해(雲海), 그리고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 빛.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예술품도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한 자연의 힘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것처럼, 한라산 고지대의 풍경은 태초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제주의 오름들과 마을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작아 보였고, 구름 그림자가 산자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은 한 편의 대서사시 같았습니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 서니, 지난 1년간 저를 괴롭혔던 고민과 걱정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나 깨닫게 됩니다. 웅장한 산세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제게 무언의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괜찮다, 너는 충분히 잘해왔다"라고 말이죠.



한라산 고지대 구름 위 풍경과 현무암 지대

4. 비워냄으로써 다시 채워지는 것들

한라산 정상 부근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은 오르는 과정에서 몸 안의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시키고, 정상에서는 마음속의 찌꺼기를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힘들었던 기억, 아쉬웠던 순간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들을 저 구름 아래로 던져버렸습니다.
내려오는 길,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습니다. 제주 여행이 주는 진정한 묘미는 바로 이런 '비워냄'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텅 빈 마음에 다시 새로운 희망과 2026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한라산 고지대 구름 위 풍경과 현무암 지대. 백록담사진


5. 2025년을 마치며: 당신의 산을 오르길

혹시 2025년을 보내며 마음이 무겁거나,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저는 주저 없이 겨울의 한라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춥고 힘듭니다. 하지만 구름을 뚫고 올라가 마주하는 고요한 세상은 당신에게 분명 새로운 시각을 선물할 것입니다. 자연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유력이 강하니까요.
이제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라산의 그 웅장한 풍경이 한동안 저를 지탱해 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잘 가라 2025년, 그리고 반갑다 나의 2026년.